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주주로 있는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DJT)이 1분기에만 약 4억590만 달러, 우리 돈 5,5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문제의 핵심은 본업이 아니다. 회사가 지난해 공격적으로 사들인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장부상 손실이 한꺼번에 잡힌 것이다. 1년 전 같은 기간 적자가 3,170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 규모가 12배 넘게 불어났다.
진실의사회(Truth Social) 운영사라는 본업 매출은 87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한 분기 매출이 한국 중견기업 하루 매출에도 못 미치는 회사가 5,500억 원대 손실을 낸 셈이다.
회사가 공시한 자료를 보면, 손실의 약 60%인 2억4,400만 달러는 가상자산 평가손실에서 나왔다. 여기에 주식 등 지분증권 평가손실 1억820만 달러까지 더해졌다.
3월 말 기준 트럼프미디어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9,542개. 취득가 기준으로는 11억3,000만 달러를 들였지만, 분기 말 시가는 6억4,71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평균 매수단가가 10만 달러를 훌쩍 넘었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8만 달러 아래로 밀리면서 미실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다.
크립토닷컴과 손잡고 사들인 크로노스(CRO) 토큰 7억5,610만 개도 평가가치가 5,300만 달러까지 떨어져 1억1,000만 달러 가까운 손실을 보탰다.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이 회사의 자산 구조 자체다. 보유 비트코인 가운데 4,260개는 전환사채 담보로 묶여 있고, 4,000개에는 커버드콜 옵션이 걸려 있다. 사실상 절반 가까이가 자유롭게 처분하기 어려운 상태다. 변동성에 가장 취약한 형태로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미디어의 1분기 적자는 한국 투자자에게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상장사들이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편입하는 이른바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회계 기준상 가상자산 평가손실이 분기 실적을 통째로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주가 흐름도 냉정했다. 한때 60달러를 넘봤던 DJT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 9.78달러 부근에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탁을 통해 지분 약 41%를 보유한 종목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가상자산 베팅의 청구서를 그대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영업현금흐름이 1,79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4분기 연속 플러스 흐름이라 단기 유동성은 버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본업 매출이 워낙 미미한 만큼, 결국 비트코인과 핵심자산 가격이 회복돼야 실적 반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투자자들이 다음으로 지켜볼 변수는 두 가지다. 핵융합 기업 TAE 테크놀로지스와의 60억 달러 규모 합병이 예정대로 올해 중반 마무리되는지, 그리고 비트코인 가격이 8만 달러대에서 추가 조정을 받는지 여부다. 두 흐름이 맞물리는 향후 몇 달이 DJT 주가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