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인공지능(AI) 만능론에 제동을 거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며 투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거시경제 변수 가운데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능력은 사실상 형편없는 수준이며, 수십 년간 사용돼 온 전통 통계 모델보다 최대 12배나 부정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학술적 논쟁을 넘어, AI 관련주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글로벌 증시 흐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소속 후이이 리(Huiyi Li) 박사 연구팀이다. 이들은 챗GPT가 내놓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예측치를 클리블랜드 연준이 운영하는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Nowcasting) 모델과 정면으로 비교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2023년 5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챗GPT의 예측 오차는 클리블랜드 연준 모델 대비 12배에 달했다. 2021~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도 챗GPT의 오차는 두 배 이상 컸다.

영국 투자은행 팬뮤어 리베룸의 전략 책임자 요아힘 클레멘트는 이 결과를 두고 "챗GPT는 거시경제 예측에서 절대적으로 무용지물"이라며 직설적인 평가를 내놨다.

문제는 시장이 이미 AI의 분석 능력을 과신하는 흐름으로 기울어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종목은 AI 수요 기대감만으로 사상 최고가 영역에 머물고 있다. 반면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는 최근 AI 투자가 2025년 미국 GDP 성장에 기여한 비중이 "사실상 제로"였다고 진단해 거품 논란에 불을 지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결과는 무겁게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 인플레이션 경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과 직결되고, 이는 곧 글로벌 자산 가격을 좌우한다. AI 기반 매크로 분석 보고서나 챗봇 답변에 의존해 자금 배분을 결정하는 일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오히려 클리블랜드 연준 모델처럼 유가, 휘발유 가격, 기존 CPI 흐름 등 제한된 데이터를 활용한 단순 통계 모델이 전문가 서베이보다도 정확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화려한 기술보다 검증된 도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국내 시장에도 시사점이 작지 않다. 코스피·코스닥에서 AI 테마주가 주도주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한국은행의 물가 전망과 미국 CPI 발표가 환율과 외국인 수급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실제 데이터와 정책 신호를 읽는 안목이 중요해진 국면이다.

다음 분기점은 분명하다. 5월 미국 CPI 발표, 6월 FOMC 회의, 그리고 연준의 점도표 수정이다. AI가 아닌 사람의 판단이 다시 시장의 중심에 서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