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분기점을 맞았다.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휴전안에 대한 공식 답변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와 중동 리스크에 민감한 글로벌 자산 시장이 일제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에 따르면 테헤란 당국은 미국이 제안한 최신 평화안에 대해 응답을 전달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용 여부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평화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보장하고, 미국은 한 달 안에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푸는 조건이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길목이 막히면 국제 유가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한국처럼 원유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오는 나라에는 직격탄이다.
지난 10주간 시장은 이미 요동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분쟁 초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고, 천연가스 가격도 들썩였다.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화물 운임은 전쟁 보험료 급등과 맞물려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응답은 단순한 외교 뉴스가 아니다. 평화안이 실제 휴전으로 이어진다면 위험 자산 선호가 빠르게 회복되고, 그동안 안전 자산으로 몰렸던 자금이 주식과 신흥국 시장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면 유가가 다시 한 번 충격 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다.
한국 시장도 영향권에 정확히 들어와 있다. 정유, 항공, 해운, 화학 업종은 유가와 운임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 특히 정유사는 단기적으로 정제 마진이 흔들리고, 항공사는 유류비 부담이 커진다. 반면 조선·방산주는 중동발 긴장이 길어질수록 수주 모멘텀이 살아나는 흐름을 보여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방향성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은 이미 안전 자산 선호 심리에 영향을 받으며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외국인 자금 흐름 역시 중동 리스크 완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메시지다. 이란의 답변 내용을 미국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협상의 톤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한 달 안에 봉쇄 해제라는 시한이 걸려 있다는 점도 시장의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다.
향후 체크 포인트는 명확하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의 공식 입장 발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여부, 그리고 이번 주 국제 원유 재고 지표다. 이 세 가지 신호가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글로벌 위험 자산 흐름과 한국 증시의 단기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