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또다시 들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한 17억 7600만 달러(약 2조 4천억 원) 규모의 '반(反)무기화 펀드'를 두고,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 현장에서 폭도들과 맞섰던 경찰관 두 명이 직접 소송에 나선 것이다.
원고는 전직 미 의사당 경찰관 해리 던과 워싱턴D.C. 경찰청 소속 대니얼 호지스다. 두 사람은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펀드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재무부가 법무부로 이미 이체한 자금까지 모두 되돌릴 것을 요구했다.
문제의 펀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세청(IRS)과 재무부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합의 종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정부가 자신의 세금 정보를 부당하게 유출했다며 10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던 트럼프 측은, 합의안의 일부로 이 거대한 자금을 확보했다.
명목은 "정부의 사법권 남용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것이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장관 대행은 이번 펀드가 이른바 '법무 무기화(lawfare)' 피해자들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은 수혜자 범위다. 1·6 폭동에 가담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을 받은 인물들, 심지어 경찰관 폭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들까지 보상 신청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분노가 커졌다. 카터 페이지, 마이클 플린 등 트럼프 1기 시절 인사들도 수령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소장에서 던과 호지스는 "프라우드 보이즈와 1·6 폭도들에게 돈을 지급하도록 설계된 펀드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피해를 가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트럼프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한 자들은 처벌받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富)로 보상받는다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두 경찰관을 대리하는 '퍼블릭 인테그리티 프로젝트'의 브렌든 발루 변호사는 한층 강한 표현을 썼다. 그는 펀드를 두고 "눈이 부실 정도로 명백하게 불법"이라며 "이 부패한 괴물 같은 기금에 단 한 푼도 흘러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법무부는 아직 수혜 기준이나 1인당 지급 상한선을 공개하지 않았다. 5인 위원회가 향후 세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이번 소송이 미국 사회의 사법 정의와 정치 보복 논쟁에 어떤 결론을 가져올지, 워싱턴 정가의 시선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