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새로 등장한 메모리 반도체 ETF가 출시 두 달도 안 돼 가장 뜨거운 상품으로 떠올랐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이 ETF는 운용자산 100억 달러를 30거래일 만에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상장지수펀드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화제의 주인공은 라운드힐 메모리 ETF, 티커명 DRAM이다. 지난 4월 2일 상장한 이 펀드는 데뷔 이후 약 85% 급등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에만 집중 투자하는 첫 순수 테마형 상품이라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흥미로운 점은 상위 보유 종목에 한국 기업이 두 곳이나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SK하이닉스가 1위에 올랐고, 삼성전자도 3위에 자리 잡았다. 그 사이엔 미국의 마이크론, 일본의 키오시아, 그리고 샌디스크가 끼어 있다. 한국 메모리 양강이 글로벌 AI 머니의 핵심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금 유입 속도도 무섭다. 5,000개가 넘는 미국 상장 ETF 가운데 연초 대비 유입액 기준 상위 10위 안에 들었고, 거래량 기준으로도 단숨에 20위권에 진입했다. 5월 초만 해도 34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위상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배경엔 AI 인프라 투자 폭증이 자리한다. 아마존을 비롯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고, 그 결과 HBM과 DRAM, NAND 수요가 공급을 한참 앞지르는 구조가 굳어졌다. 메모리 반도체가 AI 공급망에서 가장 빡빡한 병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이크론의 마니시 바티아 최고운영책임자는 최근 JP모건 콘퍼런스에서 "수요가 산업 전체의 공급 능력을 계속 앞서고 있으며, 이런 구조적 요인은 2026년을 한참 넘어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물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근 미 국채 금리가 다시 들썩이자 반도체 섹터가 단기 조정을 받기도 했다.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변동성도 가팔라졌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시장은 당분간 메모리 사이클의 상승 흐름이 꺾이기 어렵다고 본다. AI 자본 지출이 멈추지 않는 한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 역시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