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또다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추가 연장한다고 밝히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살아났고,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주요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S&P500지수는 1.05% 오른 7,137.90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최고치를 새로 세웠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64% 급등해 24,657.57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역대 가장 높은 자리까지 찍었다. 다우지수도 340포인트 넘게 뛰어 4만9,490선에 안착했다. 불과 2주 전 중동 전쟁 우려로 출렁였던 시장이 완전히 분위기를 갈아탄 셈이다.

분기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화요일 장 마감 직후 "테헤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는 이유를 들며 2주짜리 휴전을 한 차례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이란의 핵물질 제거 작업, 관세·제재 완화 협상까지 거론되자 시장은 지정학 리스크가 한풀 꺾였다고 받아들였다.

다만 모든 신호가 한 방향은 아니다. 휴전 발표가 나온 직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두 척을 억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국제 유가는 다시 들썩였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겼고, WTI도 91달러대로 올라섰다. 에너지 시장은 휴전 문구보다 해협의 실제 통항 상황을 더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업종별 색깔은 뚜렷했다. 항공·산업재가 강세를 주도했고, 유나이티드항공이 9% 넘게 뛰었다. 카니발도 호르무즈 일부 통항 재개 소식에 10% 급등했다. 반면 유가가 한때 100달러 밑으로 밀렸다는 해석이 나오자 엑손모빌, 셰브론, 옥시덴탈 같은 대형 에너지주는 동반 하락했다. 같은 뉴스에 정반대로 반응한 두 진영이 같은 날 한 화면에 잡힌 셈이다.

기술주 쪽에서는 알파벳에 대한 강세 보고서가 또 한 번 등장했다. BMO는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올해 848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목표가를 410달러로 제시했다. AI 인프라 수요가 클라우드 빅3의 점유율 경쟁을 다시 달구는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 시장 입장에서 이번 흐름은 양면적이다. 코스피는 전날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차익실현 매물에 1% 넘게 밀렸고, 코스닥은 1.5% 이상 빠졌다. 3월 생산자물가가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른 점도 부담이다. 유가가 다시 흔들리면 정유·항공·해운주는 물론 물가 경로 자체가 바뀔 수 있다.

투자자들이 지금 가장 신경 써야 할 변수는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항 재개 여부, 그리고 휴전이 이번에도 '2주 연장 무한반복'으로 흘러갈지다. 다음 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이어지는 미국 빅테크 실적, 5월 미국 PPI·CPI 발표가 차례로 대기 중이다. 사상 최고치라는 숫자 뒤에서 시장이 진짜로 보고 있는 건 유가, 금리, 그리고 협상 테이블의 다음 한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