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공습을 단행했다. 이번 공격에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가 포함됐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밤사이 키이우 일대에 순항·탄도미사일 약 90발과 수백 대의 드론을 쏟아부었다. 오레시니크는 키이우에서 남쪽으로 80km 떨어진 빌라 체르크바에 떨어졌다.

오레시니크는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해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무기로 알려져 있다. 미사일 한 발에서 여러 개의 재진입체가 분리되며, 각 탄두에는 핵폭탄 탑재가 가능하다고 러시아 측은 주장해왔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번 공격으로 “시 전체 모든 구역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중앙 광장인 마이단에 위치한 국영 우체국 본부와 외교부 청사 일부, 체르노빌 박물관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국립미술관과 국제전시관도 손상을 입었다.

이번 공습으로 최소 4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민들이 대피해 있던 시설이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키웠다. 학교 지하 방공호 입구가 폭격으로 무너져 안에 있던 주민들이 갇히는 일이 벌어졌고, 지하철역 출입구와 지하 주차장 진입로까지 공격을 받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푸틴은 이제 ‘만세’라는 단어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서 주거용 건물을 향해 미사일을 쏘고 있다”며 “정신이 나간 짓”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대사관은 공습 직전 자국민에게 안전 경보를 발령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날 이미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 준비 정황을 경고한 데 따른 조치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레시니크 사용을 두고 ‘힘의 과시’보다는 푸틴 대통령의 초조함이 드러난 신호로 해석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이까지 장거리 타격을 이어가면서 크렘린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외무장관 이베트 쿠퍼는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 확대는 모스크바의 약점을 드러낼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안드리 시비하 역시 “이번 공격은 국내용 과시였지만 결국 푸틴의 패배를 확인시켰을 뿐”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무기까지 등장하면서 국제사회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