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상공에서 또 한 번 아찰한 순간이 포착됐다. 러시아 전투기 두 대가 영국 공군(RAF) 정찰기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접근하면서, 항공기의 자동조종 장치가 작동을 멈추는 사태가 벌어졌다.

영국 국방부는 20일(현지시간) 지난달 발생한 이번 사건을 공개하며 "러시아 조종사들의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22년 러시아 전투기가 같은 기종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가장 위협적인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의 항공기는 영국이 보유한 RC-135V/W '리벳 조인트'다. 신호정보와 전자정보를 수집하는 비무장 정찰기로, 미국 보잉이 제작했고 현재 미국과 영국 두 나라만 운용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영상을 보면 러시아 수호이 Su-35 전투기 한 대가 리벳 조인트 가까이 비행하며 후류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영국 정찰기의 비상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자동조종 기능이 꺼졌다. 또 다른 Su-27 전투기는 정찰기 기수 앞으로 여섯 차례나 가로질러 비행했는데, 가장 가까운 순간 거리가 불과 6미터에 불과했다. 두 기체 모두 미사일을 장착한 상태였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런 행동은 심각한 사고와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임무를 끝까지 수행한 RAF 승무원들의 전문성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용기의 위험 비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3년 3월에는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미군 MQ-9 리퍼 드론의 프로펠러를 들이받아 드론이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시리아 상공에서 미국 드론과 프랑스 전투기를 상대로 근접 비행과 조명탄 투하 같은 도발이 잇따랐다.

영국 국방부는 이번 사건이 동유럽 일대에서 러시아의 군사 활동이 부쩍 활발해진 가운데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NATO와 러시아 사이 공중에서의 충돌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