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4만 명에 달하는 주민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항공우주 부품업체 공장에 있는 대형 화학물질 저장탱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기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지 소방당국은 이번 사태를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한 가스 누출 단계를 넘어, 탱크 자체가 파열되거나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시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쪽으로 약 48km 떨어진 가든그로브에 있는 GKN 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이다. 민항기와 군용기 엔진, 랜딩기어를 만드는 글로벌 항공 부품 제조사다.
사건은 22일 오후, 공장 내 13만 리터급 탱크에서 증기가 새어 나오면서 시작됐다. 탱크 안에는 플라스틱 원료로 쓰이는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가 약 2만 6천 리터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 날 오렌지카운티 소방국은 한층 더 무거운 발표를 내놨다. 탱크의 안정화 작업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두 가지 시나리오만 남았다는 설명이다. 탱크가 파열돼 화학물질이 그대로 유출되거나, 열폭주 현상으로 인근 연료탱크까지 함께 폭발하는 경우다.
크레이그 코비 소방국 부국장은 “이건 예방 조치가 아니다. 일어날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탱크 외벽에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며 시간을 버는 것이 유일한 대응 수단이다.
대피령이 발효되면서 인근 학교 10여 곳이 휴교에 들어갔고, 야외 활동은 전면 취소됐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도 직접 보고를 받고 비상관리국 인력을 현장에 투입한 상태다.
보건당국은 메틸메타크릴레이트가 호흡기를 강하게 자극하는 물질이라고 경고했다. 흡입 시 인후통, 안구 자극, 두통, 구토를 유발할 수 있으며, 폭발이 일어날 경우 증기 형태로 광범위하게 퍼질 위험이 있다.
미국 산업안전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 가든그로브 화학탱크 위기 역시 항공우주 산업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한번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귀가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