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영주권(그린카드) 신청 절차를 사실상 전면 재편하는 강수를 뒀다. 미국 내 체류 중인 임시 비자 소지자나 인도적 체류자가 영주권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 신청을 마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이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정책 메모의 핵심은 명확하다. 그동안 미국 안에서 가능했던 '신분 조정(adjustment of status)' 절차를 앞으로는 '예외적 구제 수단'으로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USCIS 측은 "법의 본래 취지로 돌아가는 조치"라며 "미국에 일시적으로 머무는 외국인이 그린카드를 원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국으로 돌아가 신청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한국인 주재원, 유학생, 전문직 종사자에게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신청한 H-1B, L-1 등 취업비자 소지자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만큼, 대기 중인 신청서들의 운명이 불투명해졌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민 전문 변호사 로잔나 베라르디는 "미국에서 영주권을 신청 중인 모든 외국인이 영향권에 들어간다"며 "합법 취업자와 인도적 체류자 모두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군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인이나 전쟁을 피해 들어온 우크라이나 난민의 경우, 미국 내 신청 자체가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거세다. 돌아갈 본국이 안전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사실상 영주권의 길이 막히는 셈이다.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민변호사 토드 포멀로는 "이민국적법은 합법 입국자가 미국 내에서 신분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행정 메모 한 장으로 법률을 뒤집을 수는 없다. 법원에서 곧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도 강하게 반발했다. 1950년대부터 의회가 비이민자의 미국 내 신분 조정을 명시적으로 허용해 왔고, 오히려 그 적용 범위를 꾸준히 넓혀 왔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미국 현지법인에 파견된 주재원이 영주권을 받으려면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일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비자 적체와 맞물려 인력 운용 차질도 우려된다.
이번 조치가 실제 시행 단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을지, 그리고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에 따라 미국 내 한인 사회의 분위기도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