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이 재임 기간 동안 생산한 각종 문서를 의무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기록법(PRA)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던 시도에 정면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존 D. 베이츠 판사는 현지시간 20일 백악관 비서실, 국가안보회의(NSC),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한때 이끌었던 정부효율부(DOGE) 등에 대해 관련 문서를 빠짐없이 보존하고 그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다음 주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트럼프 측근 참모들과 백악관 주요 부서 대부분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발단은 법무부 법률자문국(OLC)이 내놓은 의견서였다. OLC는 1978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법이 백악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의견을 근거로 행정부 변호인단은 새로운 내부 지침을 만들어 적용해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거셌다. 워싱턴 책임윤리시민단체(CREW), 아메리칸 오버사이트, 미국역사학회, 언론자유재단 등이 잇따라 소송에 나섰고, 결국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베이츠 판사는 "헌법 조문의 본래 의미와 연방대법원 판례, 그리고 약 50년에 걸친 관행을 종합해 보면 의회가 대통령 기록을 규제할 권한을 갖는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법은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직후 만들어졌다. 권력 남용을 견제하고 행정부 기록을 국가 자산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 법을 흔들려는 시도는 곧 견제 시스템 자체를 약화시킨다는 우려를 낳아왔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의 1기 행정부 시절에는 이 법에 대해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베이츠 판사도 판결문에서 이 부분을 짚었다.
백악관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애비게일 잭슨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역사적 임기 동안의 기록을 보존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행정부 입장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며 최종적으로 우리가 승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시민단체 아메리칸 오버사이트의 치오마 추쿠 사무국장은 "이 사안은 단순한 기록 관리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정부 기록을 개인 자산처럼 다룰 수 있는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폐기할지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행정부 권한 확대 흐름에 사법부가 가한 첫 의미 있는 제동으로 평가된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미국 행정부 기록 관리 시스템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