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야 토크쇼의 상징이었던 스티븐 콜버트의 'CBS 레이트 쇼'가 11년 만에 막을 내렸다.

현지시간 5월 22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는 폴 매카트니, 라이언 레이놀즈, 폴 러드, 브라이언 크랜스턴 등 할리우드 스타가 줄줄이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1800회가 넘는 방송을 이어온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한 자리였다.

특히 폴 매카트니의 등장은 의미가 깊었다. 비틀스가 1964년 미국에 첫발을 디딘 무대가 바로 이 '에드 설리번 시어터'였기 때문이다. 매카트니는 콜버트에게 당시 공연 사진을 액자에 담아 직접 선물했고, "이곳에 다시 돌아와 정말 환상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방송 말미에는 비틀스의 명곡 'Hello, Goodbye'가 울려 퍼졌다. 매카트니와 콜버트, 제작진이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시대의 마침표였다. 공연이 끝난 뒤 매카트니가 직접 극장 조명을 끄는 연출까지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CBS는 지난해 7월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하며 "전적으로 재정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콜버트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만큼,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계속 제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방송이 끝난 직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드디어 그가 사라져서 다행"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콜버트는 이날 트럼프 관련 발언은 자제했지만, 모놀로그 도중 객석에서 폐지를 두고 야유가 터지자 곧바로 분위기를 다잡았다. "지난 11년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며 시청자에게 감사를 전한 것이다.

지미 팰런, 지미 키멜, 세스 마이어스, 존 올리버 등 다른 심야 토크쇼 진행자들도 영상으로 등장해 미국 심야 방송 시대의 변화를 함께 곱씹었다. 스트리밍 시대 도래와 광고 수익 감소로 미국 지상파 토크쇼 산업 전반이 위기에 놓인 현실을 반영한 장면이었다.

콜버트의 다음 행보도 화제다. 그는 아들 피터, 오스카 수상자 필리파 보옌스와 함께 신작 '반지의 제왕' 영화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할 예정이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그의 마지막 인사는 담담하면서도 묵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