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이 전 세계 패션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79회를 맞은 이번 영화제는 단순히 영화 시상식 그 이상이다. 셀럽들의 의상 하나하나가 그날 밤의 헤드라인을 좌우하는 진짜 패션 전쟁터다.

가장 큰 이슈는 모델 바버라 팔빈의 임신 발표였다. 남편 딜런 스프라우스와 함께 등장한 그녀는 미우미우의 베이비 블루 드레스로 첫 아이 소식을 알렸다. 깃털 장식의 엠파이어 웨이스트 라인이 부른 배를 우아하게 드러낸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졌다.

브리저튼으로 유명한 시몬 애슐리도 빠질 수 없다. 알렉산더 맥퀸 2005 F/W 컬렉션의 스트랩리스 레드 드레스를 입고 '카르마' 시사회에 등장하며 "올해 칸 레드 드레스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모델 카라 델러빈은 정반대 방향이다. 톰 포드가 헤이더 아커만을 위해 디자인한 네이비 핀스트라이프 슈트에 시스루 폴카닷 셔츠를 매치했다. 거기에 헝클어진 록 스타일 단발 헤어까지 더해, 페미닌한 드레스 일색의 카펫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 합류한 데미 무어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구찌의 라벤더 가운, 폴카닷 자크뮈스 드레스, 시퀸 가운까지 매일 다른 룩으로 화제를 모았다. 마리옹 코티야르는 샤넬 블랙 레더 드레스로 록 시크의 정석을 보여줬고, 질리언 앤더슨은 미우미우 화이트 컬럼 드레스로 미니멀의 힘을 입증했다.

스타일링 관점에서 보면 흐름이 뚜렷하다. 미우미우, 구찌, 샤넬, 디올, 생로랑 등 럭셔리 하우스가 칸을 통해 2026 시즌 핵심 룩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셀럽 패션이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의 마케팅 전쟁이다.

특히 미우미우는 팔빈, 사라 삼파이오, 앤더슨까지 세 명의 핵심 셀럽을 동시에 입히며 칸 최대 수혜 브랜드로 부상했다. 케어링 그룹과 LVMH의 경쟁 구도 속에서 미우미우의 영향력이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올드 할리우드의 존재감도 여전했다. 92세 조앤 콜린스는 스테판 롤랑의 오키드 쿠튀르 드레스와 오페라 글러브로 클래식의 품격을 보여줬고, 제인 폰다는 구찌 시퀸 가운으로 또 한 번 카리스마를 입증했다.

이번 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가족 단위 등장이다. 고 폴 워커의 딸 메도우 워커가 '분노의 질주' 25주년 시사회에서 칸 데뷔를 했고, 존 트라볼타는 딸 엘라 블루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제는 폐막식까지 며칠 더 이어진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피터 잭슨 감독에게 명예 황금종려상이 수여될 예정이고, 폐막 직전 등장하는 의상들이 보통 올해의 '베스트 룩'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마지막까지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