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에서 또 한 번 화염이 솟았다. 10일(현지시간) 카타르 영해를 항해하던 화물선이 드론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불길에 휩싸였다. 카타르 국방부는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번 공격은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휴전 합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문제는 시장이다.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에 대한 이란의 답변을 전 세계가 기다리는 가운데, 사우디아람코가 던진 한마디가 유가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이 지금 당장 다시 열린다 해도 원유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는 발언이다.
투자자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휴전 기대감으로 진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거래의 약 20%, 하루 2천만 배럴이 통과하는 핵심 길목이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사실상 봉쇄됐고, 4월 휴전 선언에도 통항량은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 기업인 아람코가 굳이 "빠른 정상화는 없다"고 못 박은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상당수 글로벌 해운사들이 여전히 페르시아만 항로 운항을 중단하고 있고, 전쟁 위험 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다. 보험·운임·신뢰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카타르에너지가 LNG 수출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한 점도 부담이다. 액화 설비를 다시 정상 가동하기까지의 공백이 적지 않다. 한 번 멈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스위치 하나로 다시 켜지지 않는다.
시장은 평화안 수용 여부에 따라 두 갈래로 갈리고 있다. 이란이 미국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단기적으로 유가는 빠르게 빠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거부 또는 추가 도발이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다시 100달러 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호르무즈를 통해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항공·해운, 그리고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코스피 수출주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변수다.
특히 SK이노베이션, S-Oil, GS칼텍스 등 정유주의 마진과 한국전력의 연료비 부담은 유가 흐름에 따라 즉각적으로 흔들린다. 환율이 같이 출렁일 경우 외국인 자금 흐름까지 영향권에 들어간다.
투자자들이 봐야 할 포인트는 명확하다. 이란의 공식 답변, 호르무즈 통항량 회복 속도, 아람코·카타르에너지의 생산 정상화 시점,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제재 여부다. 이 네 가지가 향후 몇 주간 글로벌 위험자산의 방향을 결정짓게 된다.
평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시장의 정상화는 그보다 한참 뒤에 온다. 이번 주 발표될 이란의 응답이 유가, 환율, 그리고 한국 증시의 다음 페이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