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히어로즈’와 ‘내슈빌’의 주인공으로 익숙한 배우 헤이든 패네티어가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정면으로 꺼냈다.

생후 8개월에 카메라 앞에 선 그는, 36세가 된 지금 회고록 ‘디스 이즈 미: 어 레커닝(This Is Me: A Reckoning)’을 통해 아역 시절부터 이어진 약물 중독, 성적 착취, 가정폭력의 기억을 모두 풀어놓았다.

책은 출간 직후 미국 현지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 아역 스타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10대 시절 이야기다. 패네티어는 16세 무렵부터 인터뷰와 레드카펫 행사 직전, 소속팀으로부터 ‘해피 필(happy pill)’이라 불리는 약을 받았다고 적었다. 본인은 이를 암페타민 계열로 추정했다.

집중력을 위한 약이라는 명목이었지만, 결국 이는 성인이 된 뒤 알코올과 클로노핀 의존으로 이어진 ‘관문’이 됐다고 그는 회상했다.

19세에 겪은 일도 짚었다. 한 파티에서 오스카상을 받은 유명 배우 겸 감독이 자신에게 신체를 노출했고, 가까운 친구로 믿었던 인물은 영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와 한 방에 그를 밀어 넣었다고 한다. 그는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산후우울증도 그를 무너뜨렸다. 우크라이나 출신 복서 블라디미르 클리츠코와 사이에서 딸 카야를 낳은 뒤, 술과 신경안정제에 매달리는 날이 길어졌다. 한 의사는 “술을 끊지 않으면 5년 안에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그는 두 살 된 딸의 양육권을 전 약혼자에게 넘겼다. 법적 다툼이 자신을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내슈빌’ 촬영 당시에는 배역 줄리엣 반즈의 서사가 본인의 실제 삶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매일의 대본을 “일그러진 거울 속 나를 보는 듯했다”고 표현했다.

가정폭력의 상흔도 깊다. 전 연인 브라이언 히커슨에 대해 그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다친 적이 있고, 머리를 벽에 부딪힌 일도 있었다고 적었다. 911에 신고하지 못한 이유는 “세상이 알게 될까 봐”였다.

2023년에는 동생 잰슨이 28세에 심장 비대로 사망하는 비극도 있었다. 가족 모두가 약물 그늘 아래 있었다는 그의 고백은 무게감을 더한다.

패네티어는 책 말미에 자신을 ‘피해자’로 부르고 싶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아역 출신 배우들의 잇따른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회고록은 또 하나의 묵직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