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가 글로벌 원유 시장에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냈다. 이란발 분쟁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 안에 유가가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지금 당장 재개되더라도 시장이 안정되기까지 몇 달이 걸린다"며 "몇 주 이상 차질이 더 이어진다면 정상화 시점은 2027년으로 밀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산유국 수장의 발언이 나오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선을 유지하며 긴장감을 드러냈고, 한때 126달러까지 치솟았던 최고치 기록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약 20%가 지나는 이 길목이 이란의 봉쇄로 사실상 마비됐다. 아람코는 동서 송유관을 풀가동해 홍해 쪽으로 물량을 우회시키고 있지만, 이 파이프라인의 일일 처리 한도인 700만 배럴에 이미 도달한 상태다. 대체 항구 얀부의 수출량도 분쟁 이전 수준에 못 미친다.

지난 두 달간 시장에서 사라진 원유는 약 10억 배럴로 추산된다. 단순히 항로가 다시 열린다고 해서 이 공백이 즉시 메워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게 아람코 측 설명이다. 수년간 신규 투자 부족으로 글로벌 재고가 이미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아람코의 실적은 좋다. 1분기 조정 순이익은 1260억 리얄(약 336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유가 급등이 수출 차질을 상쇄하고도 남은 결과다. 분기 배당도 219억 달러 규모로 책정됐다.

국내 시장에도 파장이 만만치 않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은 사태 장기화 시 정유·화학·항공 업종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제마진은 단기 호재일 수 있지만, 원료비 부담 가중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면 정유사 마진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 압력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수입 물가가 다시 들썩이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지금 봐야 할 변수는 명확하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척 여부, 호르무즈 통항 재개 시점, 그리고 OPEC+ 회원국들의 추가 증산 카드다. 여기에 미국 셰일 업체들의 생산 대응 속도도 유가 흐름을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힌다.

당분간 에너지 시장은 외교 뉴스 한 줄에 출렁이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100달러 안팎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더라도 변동성은 평년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체크 포인트는 이달 말로 예정된 OPEC+ 정례회의와 미국·이란 간 비공식 접촉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