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경제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놨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하며 정부의 사전 추정치를 큰 폭으로 웃돈 것이다.
당초 발표됐던 잠정치는 4.6%였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0.3% 역성장이 예고됐던 자리에 1.0% 플러스 성장이 들어섰다. 한 분기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이번 성장세를 이끈 핵심 동력은 도매업, 제조업, 그리고 금융·보험 부문이었다. 무역산업부는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강하게 작동하면서 주력 산업 전반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자 부문의 약진이 눈에 띈다. 1분기 비석유 부문 수출은 9.6% 늘었고, 그중 전자제품 수출은 무려 57.8% 폭증했다. 엔터프라이즈 싱가포르는 이를 근거로 올해 수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분위기를 마냥 낙관하긴 어렵다. 정부는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4%로 유지하면서 “하반기 리스크는 오히려 커졌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장 큰 변수는 중동 분쟁이다. 베스완진 무역산업부 사무차관은 기자회견에서 “2월 이후 싱가포르 경제 전망은 약화됐고 하방 위험은 의미 있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흔들림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취약한 도시국가 특성상 외풍을 막아낼 여지가 크지 않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도 미세 조정에 들어갔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지난달 이란 사태가 물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정책 기조를 다시 조였다. 직전 세 차례 회의 동안 유지됐던 입장을 한 차례 바꾼 것이다.
미국발 통상 리스크도 남아 있다. 싱가포르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국에 포함된 상태이며, 현지 협상단은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물가 흐름도 관건이다. 3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1.7%였고, 4월에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 중앙은행은 이미 올해 근원·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5~2.5%로 상향한 상태다.
요약하자면 1분기 깜짝 성장은 AI 사이클이 만든 결과물이고, 향후 흐름은 중동·관세·물가 세 변수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