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또 한 번 흔들리고 있다. 스텔란티스(STLA)와 재규어랜드로버(JLR)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을 겨냥한 차량 공동 개발에 손을 잡기로 했다. 두 회사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는 제품 설계와 기술 개발 전반에서 협력 가능성을 폭넓게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제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기차 전환, 관세 부담, 천문학적인 신차 개발 비용이 동시에 밀려오면서 레거시 완성차들이 더 이상 단독 플레이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대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특히 미국 시장이 무대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두 회사 모두 북미 판매 전략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빠르게 모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안토니오 필로사 신임 최고경영자(CEO) 체제 아래 북미 사업 재건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전임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 퇴진 이후 흔들렸던 미국 판매도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필로사 CEO는 "파트너십을 통한 시너지 탐색은 양측 모두에 의미 있는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JLR을 보유한 인도 타타모터스(TMPV.NS) 역시 적극적이다. PB 발라지 JLR CEO는 미국 시장 장기 성장 전략을 위해 협력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규어 브랜드가 전기차 전환을 위해 기존 모델 판매를 일제히 중단한 상황에서, 스텔란티스가 보유한 마세라티·피아트·알파로메오 플랫폼 활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를 '비용 분담형 동맹'의 또 다른 사례로 보고 있다. 2023년 GM(GM)과 현대차(005380.KS)가 전기차·수소·내연기관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고, 폭스바겐(VWAGY)은 2024년 리비안(RIVN)에 최대 50억 달러를 투자하며 소프트웨어 합작사를 세웠다. 토요타(TM)와 스바루(FUJHY), 토요타와 BMW의 협업도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핵심 포인트는 명확하다. 신차 한 대를 개발하는 데 수십억 달러가 필요한 시대, 협력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 스텔란티스는 14개 브랜드와 미국 내 픽업·SUV 생산 인프라를, JLR은 디펜더와 레인지로버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어 양사의 결합은 서로의 약점을 메우는 구조라는 평가다.
한국 시장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선 글로벌 완성차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될수록 미국 시장 경쟁 강도가 한층 올라갈 수밖에 없다. 동시에 GM-현대차 파트너십이 추가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도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향후 체크해야 할 변수는 양사의 구체적 협력 모델 공개 시점, 재규어의 전기차 신차 발표, 그리고 미국 관세 정책 변화다. 시장은 이번 MOU가 본격적인 자본 결합이나 합작사 설립으로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