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부모로부터 거액의 퇴직연금 계좌를 물려받은 자녀들이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에 직면하고 있다. 90만 달러, 우리 돈 약 12억 원 규모의 401(k)를 상속받은 한 65세 자녀가 향후 10년간 부담해야 할 세금만 최대 45만 달러, 약 6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핵심은 'SECURE Act 10년 룰'이다. 과거에는 자녀가 자신의 기대수명에 맞춰 인출 기간을 길게 늘려 절세할 수 있었던 '스트레치 IRA' 전략이 가능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사망자의 비배우자 상속인부터는 이 길이 완전히 막혔다. 상속받은 계좌의 전액을 10년 이내에 모두 인출해야 하며, 부모가 의무인출연령(RMD)을 넘긴 뒤 사망했다면 매년 의무 인출까지 병행해야 한다.

24/7 월스트리트 보도에 따르면, 90만 달러 계좌가 연 6% 수익률을 낸다고 가정할 경우 10년간 과세 대상 소득은 약 160만 달러까지 불어난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거주 고소득 직장인이라면 연방세 32%에 주세 9.3%가 더해져 한계세율이 41%를 넘어선다.

문제는 세금만이 아니다. 메디케어 가입자라면 IRMAA라 불리는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까지 따라온다. 한 번에 큰돈을 인출하면 2년 뒤 보험료가 단계적으로 뛰어오르는 구조라, 은퇴 자금 설계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미 국세청(IRS)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는 연간 의무 인출 규정을 유예해왔지만, 2025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사실상 유예 기간이 끝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절세의 핵심으로 '구간 분산 인출'을 꼽는다. 매년 24% 세율 구간 안에서 분할 인출하고, 은퇴 직후 소득이 낮아지는 시기에 인출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상속 포기를 통해 세율이 낮은 다른 가족에게 넘기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번 이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상속 단계의 세금 문제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연금 상속 제도의 흐름을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