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다시 한 번 시장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있다.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2년물과 10년물 역시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금처럼 금리가 급등한다는 건,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적극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는 뜻이다. 그 여파는 주식시장, 모기지 금리, 예금 수익률, 심지어 한국 증시 자금 흐름까지 폭넓게 번지고 있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건 배경이다. 중동 분쟁 장기화, 다시 고개를 든 인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합의가 나오지 않은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새 28% 넘게 급등했다.

여기에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공개한 경제 전망 보고서가 찬물을 끼얹었다. 성장률은 낮아지고, 고용 개선 흐름은 둔화되며, 물가는 끈질기게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 마디로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가 다시 짙어진 셈이다.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오히려 인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시장의 기대가 한쪽으로 쏠려 있던 만큼, 분위기가 바뀌면 자산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금리 상승은 기업에도 부담이다.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성장주, 특히 고밸류에이션 기술주의 매력이 떨어진다. 무위험 자산인 미국 국채에서 5%대 수익률이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부채는 38조5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향후 10년간 이자 부담이 3조2000억 달러 더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시장도 자유롭지 않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한국 시장금리, 환율, 모기지 금리, 외국인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코스피·코스닥의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동반된다. 반면 예금·CD·단기 채권형 상품의 매력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대응 전략이 갈린다. 주식은 현금흐름이 탄탄한 배당주와 가치주에 무게가 실리고, 채권은 단기물 중심의 듀레이션 축소가 거론된다. 물가연동국채(TIPS)나 채권 사다리(Bond Ladder) 전략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다음 미국 CPI 발표, Fed 위원들의 발언 톤 변화, 그리고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향방이다. 이 세 변수 가운데 하나만 흔들려도 글로벌 금리와 환율, 한국 증시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