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 산업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세븐앤아이홀딩스(Seven & i Holdings)는 26일 창업자 스즈키 도시후미(鈴木敏文) 전 회장이 지난 18일 심부전으로 별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향년 93세.

그는 일본에서 '편의점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상징적인 인물이다. 단순한 경영자를 넘어, 오늘날 일본 사회를 떠받치는 24시간 유통 시스템 자체를 설계한 장본인이다.

스즈키 전 회장은 1932년 나가노현에서 태어났다. 출판 도매업체를 거쳐 1963년 종합소매기업 이토요카도(Ito-Yokado)에 입사하며 유통업에 발을 들였다. 당시만 해도 그의 행보는 주류와 거리가 멀었다.

전환점은 1973년이었다. 그는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을 뚫고 미국 사우스랜드(Southland Corp)와 손잡았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뒤 일본 시장에 세븐일레븐(Seven-Eleven Japan)을 들여왔다. 이듬해 도쿄에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작은 점포 하나로 시작한 이 시도는 일본 소매업의 지형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스즈키 전 회장의 진짜 혁신은 점포 수 확장이 아니었다. 그는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열 상품을 매일 바꾸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시락과 즉석식품을 핵심 상품군으로 끌어올렸고, 빠른 재고 회전을 무기로 삼았다.

이 모델은 지금까지도 국내 GS25, CU, 세븐일레븐코리아 등 한국 편의점 업계의 운영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90년대 초에는 부채 부담으로 파산한 미국 사우스랜드를 직접 재건했다. 본가였던 미국 7-Eleven을 일본 법인이 거꾸로 인수한 사건은 글로벌 유통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된다.

2005년에는 세븐앤아이홀딩스를 출범시켜 그룹을 거대 유통 콘서글로 키워냈다. 그러나 2016년 경영권 분쟁 끝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일선에서 떠난 뒤에도 그의 영향력은 일본 재계에서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업계에서는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편의점이라는 익숙한 풍경 뒤에 있던 거대한 설계자가 떠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