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붕괴 사태가 4년이 지난 지금도 법조계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로펌 펜윅앤드웨스트(Fenwick & West)가 FTX 피해 고객들과 5400만 달러, 우리 돈 약 740억 원 규모의 합의에 도달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펜윅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예비 합의안을 제출했다. FTX 파산 직전까지 외부 법률 자문을 맡았던 이 로펌이 "사기 행위를 가능하게 만든 전략 수립에 가담했다"는 고객들의 집단소송에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펜윅은 500명 이상의 변호사를 둔 테크 전문 로펌으로, FTX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로 급성장하던 시기 핵심 법률 파트너 역할을 맡았다. 이번 합의는 판사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펜윅 측은 입장문에서 "FTX 내부의 사기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으며 법률 자문의 정당성을 지금도 신뢰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이 사안을 마무리하고 본업에 집중하길 원한다"고 덧붙여 장기 소송 부담을 피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원고 측을 대리한 데이비드 보이스 변호사 등은 이번 합의가 합리적이며, 길고 복잡한 재판 위험을 줄여줄 것이라고 법원에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FTX 파산 관련 2차 소송 라운드에 해당한다. 앞서 전직 FTX 임원 일부와의 합의가 먼저 이뤄진 바 있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자금 80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2024년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한 상태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로펌의 합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서 외부 자문을 맡는 법률·회계 법인들에게 "방조 책임"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환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거래소·발행사의 외부 자문사 역할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