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시장을 또 한 번 흔들었다. 이번에는 실적이 아닌 배당이다.
회계연도 2027년 1분기 실적을 공개한 자리에서 분기 배당금을 주당 0.01달러에서 0.25달러로 끌어올렸다. 인상률 2,400%, 산술적으로 보면 한 번에 25배다. 동시에 8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권한까지 새로 부여됐다. AI 황제의 곳간이 얼마나 두둑한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발표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배당 확대 이상이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S&P500 종목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가장 낮은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연 환산 배당금이 1주당 1달러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실적도 압도적이었다. 1분기 매출은 816억 달러로 전년 대비 85% 넘게 뛰었다. 주당순이익은 1.87달러, 140% 가까운 증가폭이다. 핵심 사업인 데이터센터 매출만 752억 달러에 달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식기는커녕 더 빠르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신호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도 시장 기대를 깔끔하게 넘었다. 2분기 매출 전망치는 910억 달러 안팎.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이 사실상 빠진 상태에서 나온 숫자라는 점이 더 인상적이다.
여기서 한국 투자자들이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다. 엔비디아의 폭발적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곧 HBM, 즉 고대역폭 메모리의 수요 폭발을 뜻한다. 그 공급망 한가운데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자리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1분기 미국 매출 비중이 65% 수준까지 올라왔고, 엔비디아 한 곳에서만 7조원이 넘는 매출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에서 엔비디아의 추론용 칩 양산을 따내며 고객사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이 이번 배당 인상을 단순한 주주환원 이벤트로만 보지 않는 이유다. 현금을 25배로 풀 수 있다는 말은, 향후 몇 분기 동안 실적에 대한 회사 내부의 확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I 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는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뉴욕 증시에서는 엔비디아 관련주 전반이 즉각 반응했고, 다음 거래일 코스피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HBM 소부장 종목들의 흐름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이제 살펴봐야 할 체크 포인트는 명확하다. 6월 26일 예정된 배당 지급일, 2분기 실적과 가이던스의 추가 상향 여부, 그리고 엔비디아의 메모리 구매 약정 규모 공개 일정이다. 한국 반도체의 다음 분기 실적 모멘텀도 결국 이 흐름에서 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