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새롭게 제시한 2,000억 달러 규모의 CPU 시장 전망에 중국 시장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미·중 기술 갈등 속에서도 엔비디아는 중국을 장기 수요처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23일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한 자리에서 "당연히 중국이 포함된다"고 직접 답했다. 앞서 그는 실적 발표를 통해 신형 CPU '베라(Vera)'를 앞세워 2,000억 달러 신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수치 때문이 아니다. 현재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로부터 H200 칩의 중국 수출 허가를 받았지만,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실제 공급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에 무게를 두며 미국산 AI 칩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가 CPU 시장에 다시 시선을 돌리는 배경에는 에이전틱 AI의 부상이 있다.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대형 모델 학습에 쓰이는 GPU를 넘어 CPU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엔비디아가 GPU 1조 달러 매출 목표 위에 추가 성장 동력을 얹으려는 이유다.

황 CEO는 "H200은 중국 수출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며 "중국 시장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베이징 회담에서도 H200 수출 관련 즉각적인 합의는 나오지 않았지만, 엔비디아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황 CEO는 이번 대만 방문 기간 동안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경영진과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다음 달 열리는 컴퓨텍스(Computex) 무대에서 새로운 AI 반도체 로드맵이 공개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다시 한 번 고조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이번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CPU 시장 확장은 HBM, 파운드리, AI 서버 부품 등 한국 기업들의 공급망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I 칩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당분간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