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다시 한 번 술렁이고 있다. 워런 버핏이 이끌던 버크셔 해서웨이가 한때 "절대 사지 않겠다"고 했던 항공주에 26억 달러, 약 3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대상은 세계 최대 항공사 델타항공(DAL). 코로나 사태 당시 항공주 전량을 손절매했던 버크셔가 5년 만에 다시 항공 섹터로 돌아온 셈이다. 시장은 이 결정이 단순한 종목 교체를 넘어, 항공 산업을 바라보는 글로벌 큰손들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매수는 지난 1월 버핏의 뒤를 이어 CEO 자리에 오른 그렉 아벨 체제의 첫 분기 행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버크셔가 SEC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델타 지분은 3월 말 기준 약 26억 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같은 대형 보유종목에 비하면 작은 편이지만, 의미 있는 신규 진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벨 CEO는 주주서한에서 "핵심 종목은 그대로 두되, 그 외 영역에서는 더욱 집중하고 절제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델타 매수는 그 철학에 정확히 부합하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마존, 도미노피자, 마스터카드, 비자, 유나이티드헬스 같은 종목들은 정리됐다. 이들은 JP모건으로 자리를 옮긴 토드 콤스가 관리하던 포트폴리오로 알려졌다. 흥미롭게도 3분기 연속 줄어들던 애플 지분은 이번엔 손대지 않았다.
델타가 다시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배경에는 압도적인 실적이 있다. 1분기 매출은 142억 달러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고, 주당순이익은 0.64달러로 40% 뛰었다. 잉여현금흐름만 12억 달러에 달했다.
핵심은 고객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업 고객 예약은 두 자릿수 성장률로 분기 최대치를 찍었고, 프리미엄 좌석 수요도 국내외 노선 전반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의 신용카드 제휴 매출은 10% 늘어난 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동 분쟁으로 항공유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뛴 와중에도 델타 주가는 1년 새 37% 올랐다. 신형 기재의 절반 가까이를 프리미엄 좌석으로 채우고, 자체 정유공장까지 보유한 구조적 강점이 빛을 발한 결과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베팅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항공주를 단순한 경기민감주가 아닌, 가격 결정력과 충성 고객을 갖춘 사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버핏이 그토록 강조해 온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라는 기준에 항공사가 처음으로 부합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시장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이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프리미엄 좌석 비중 확대와 마일리지 사업 강화에 나선 한국 항공사들 역시 비슷한 체질 개선 흐름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큰손들의 자금이 다시 항공 섹터로 유입되는 흐름은 국내 항공주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될 수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델타에 대해 모두 "매수" 의견을 제시했고, 평균 목표주가는 현재가 대비 17% 추가 상승 여력을 제시하고 있다. 2028년 주당순이익이 9.22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밸류에이션 매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시장이 주목할 변수는 2분기 실적 가이던스다. 델타는 매출 두 자릿수 성장과 영업이익률 6~8%, 세전이익 10억 달러를 목표로 제시했다. 항공유 부담 20억 달러를 떠안고도 이 정도 수치를 내놓을 수 있다면, 버크셔의 베팅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