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이 다시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스라엘 극우 진영 수만 명이 14일(현지시간) 구시가지를 관통하는 연례 행진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안감이 한층 짙어지는 분위기다.
이번 행진은 1967년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 데이' 행사다. 문제는 단순한 기념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4년 전 같은 행진은 결국 가자지구에서 11일간 이어진 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투자자들이 이 장면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동발 충돌은 곧 유가 변동성, 안전자산 선호,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행진 당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무슬림과 유대교 모두에게 신성한 알아크사 사원 부지를 전격 방문했다. 이슬람권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소다. 그는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성전산은 우리 손에 있다"고 외쳤다. 외교가에서는 명백한 도발로 읽혔다.
행진 경로 자체도 불씨다. 다마스쿠스 게이트에서 시작해 무슬림 거주 구역을 가로지르는 코스다. 팔레스타인 상인들은 일찌감치 가게 문을 걸어 잠갔고, 평소 북적이던 시장 거리는 적막에 잠겼다. 일부 지점에서는 의자가 날아다니는 충돌도 벌어졌다.
시장은 이런 흐름을 단순한 지역 분쟁으로만 보지 않는다. 이스라엘 극우 연정이 총선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지지층 결집을 노린 강경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동기가 분쟁을 키우는 구조라면, 위험 자산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국제 유가는 중동 긴장 국면마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자산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 물동량이 흔들리거나 이란 개입 가능성이 거론될 경우, 브렌트유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출렁여 왔다. 한국처럼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 입장에선 물가와 무역수지에 직격탄이다.
국내 증시 역시 무관하지 않다. 정유·해운·방산주는 단기 수혜 기대가 붙는 반면, 항공·여행·소비주는 부담을 안게 된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외국인 수급도 흔들릴 수 있다.
투자자들이 지켜봐야 할 지점은 세 가지다. 행진 이후 가자지구와 레바논 접경에서 충돌이 격화되는지, 미국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는지, 그리고 이란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다. 이 변수들이 맞물리면 단순한 일회성 이슈가 아닌 중장기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다음 분기점은 미국의 외교적 개입 수위와 OPEC+ 회의에서 나올 공급 메시지다. 중동 리스크가 다시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당분간 유가와 안전자산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